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오는 8월 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면서, 그를 둘러싼 국제외교 쟁점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지난 수년간 국경 갈등과 경제적 견제로 관계가 소원했던 만큼, 이번 방문은 양국 간 외교 해빙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8월 31일부터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톈진을 찾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의 중국 방문이자, 양국 간 최고위급 소통의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인도 외교부는 아직까지 공식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이번 방문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인도가 미국과 통상 관계에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이후 인도에 대해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5차례 협상을 거쳤으나 양국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1일 인도산 제품에 관세율을 25%로 조정하며 긴장을 높였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관세 유예 시한이 8월 11일 종료됨에 따라 비슷한 통상 압력에 처해 있어, 인도와 중국 양국 모두 대미 갈등이라는 공통의 배경을 안고 있다.
2018년 이후 경직됐던 인도-중국 관계는 2020년 라다크 지역에서 유혈 사태까지 빚어진 국경 무력 충돌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었다. 군사적 긴장 외에도 외교적 접근이 단절되면서 실질 통제선(LAC, Line of Actual Control)을 경계로 양국은 날 선 신경전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를 통해 모디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경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며 훈풍의 여지가 생긴 바 있다.
최근 인도는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은 방러 일정을 통해 러시아 측과 국방·안보 협력 및 에너지 공급 문제 등을 협의 중이다. 특히 러시아산 방공 시스템 도입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 논의까지 거론되고 있어, 인도의 전략적 외교 행보는 다자적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러한 외교적 움직임은 미국과의 교역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인도가 새로운 외교 균형 축을 모색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 여부, 그리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는 모두 대외 제재 및 압력에 대응하려는 행보의 일환이다. 향후 SCO 정상회의에서의 논의 결과는 이들 전략의 실효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