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장관 등장…알바니아, 세계 최초로 '가상 정치인' 내각 임명

| 서지우 기자

알바니아 정부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개발한 가상 보좌관 '디엘라(Diella)'를 내각에 공식 임명하면서, 세계 최초의 AI 정치인 시대가 열렸다. 에디 라마(Edi Rama) 알바니아 총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집권 사회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디엘라를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각료"이자, "부패를 완전히 척결하는 사명을 띤 AI 장관"으로 소개했다.

디엘라의 주요 임무는 정부가 민간 부문으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전 과정을 감시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반복돼온 알바니아의 공공 조달 부패 스캔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AI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인적 개입을 줄임으로써 공공 자금의 비리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엘라는 원래 정부의 디지털 행정 플랫폼인 e-알바니아에서 음성 명령 기반의 가상 도우미로 운영되던 시스템이었다. 이 서비스는 운전면허 신청부터 연금 등록, 법원 서류 제출까지 각종 행정 업무를 지원하며, 전자 인증을 통한 문서 발급 기능까지 제공해왔다. 알바니아 정부는 디엘라의 AI 기능이 이미 충분히 검증됐고, 이를 바탕으로 내각 등 공식 역할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태양’이라는 의미를 가진 디엘라라는 이름처럼, 알바니아 정부는 이 가상 각료가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암흑의 부패 구조를 비출 상징적인 존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에서 디지털 행정 혁신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알바니아의 AI 장관 임명은 행정의 자동화를 넘어 AI 기술이 정치권 핵심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