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919, 美 제재에 발목…중국 항공굴기 ‘터뷸런스’

| 연합뉴스

중국이 국산화를 목표로 야심차게 개발해온 중형 여객기 C919의 납품 일정이 미국의 수출 제재 여파로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종의 생산 계획도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C919는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 코맥)가 세계 항공기 시장의 양대 축인 에어버스와 보잉에 도전장을 내밀며 개발한 여객기다. 에어버스 A321과 보잉 737을 경쟁 기종으로 삼고 있는 C919는 중국 정부의 ‘항공굴기(航空崛起)’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적 프로젝트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생산과 납품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상용화를 둘러싼 기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로이터 통신은 9월 기준으로 중국동방항공,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고객사에 인도된 C919가 5대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코맥이 올해 인도 목표로 제시했던 32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코맥은 애초 올해 C919를 약 75대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이 목표를 25대로 대폭 축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 차질의 주요 원인은 미국의 공급망 통제 조치다. 미국 상무부는 2025년 5월, 제너럴일렉트릭(GE) 에어로스페이스가 제조하는 핵심 엔진 부품의 중국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가 7월에야 이를 해제했다. 이 기간 동안 C919 제작에 필수적인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조립 일정이 미뤄지고 생산 라인 전체에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블룸버그는 “코맥의 제조 야망이 외부 변수로 차질을 빚고 있으며, 공급망의 거의 모든 핵심 연결고리에서 안정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C919는 현재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 항공 규제 기관의 안전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주문 역시 중국 내 항공사나 정치적 동맹국에 한정되고 있다. 브루나이와 캄보디아 국적 항공사 등이 대표적인 외국 수요처다. 글로벌 항공 컨설팅 전문업체 IBA는 코맥이 올해 C919를 18대 가량 인도하고, 향후 2027년까지 연간 인도 수량을 45대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에 중국 항공기에 필요한 부품을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로 인해 중국 항공기 200대가 운항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이후 부품 공급을 재개한 이유로 양국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의 기술 통제가 중국의 전략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C919의 사례처럼, 기술 고도화가 일정 수준에 이르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내 특정 국가의 기술·부품 의존도가 클 경우, 외부 제재에 상당한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으로 중국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독자적 생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항공기 산업 구조 재편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