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 캐나다·영국·중국 '인재 모시기' 총공세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전문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H-1B 비자 수수료를 100배 인상하면서, 해외 주요국들이 이를 자국 내 고급 인재 영입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 19일,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연간 1천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H-1B 비자는 미국 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직 인재에게 발급해온 비자로, 실리콘밸리와 같은 기술 중심 산업에서 인재 확보 수단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 그러나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이 제도가 자국민의 고소득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캐나다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런던을 방문 중이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정책이 국제 인재의 미국 진입 장벽을 높인 만큼, 캐나다가 이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카니 총리는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이전 같으면 H-1B 비자를 받았을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라며, “기술 직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려는 이들을 위한 명확한 정책을 제시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캐나다는 이민자 정책을 전면 검토 중이며, 외국인 기술 인재가 정착하기에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이 같은 변화는 캐나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정부도 비슷한 방향의 정책을 준비 중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은 현재 H-1B와 유사한 유형의 자국 비자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고비용의 미국 행 대신,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국가로의 인재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역시 한 발 앞섰다. 오는 10월 1일부터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 특화된 새 비자를 도입해, 우수 외국 인재의 자국 유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 비자 제도 개선을 넘어,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재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번 미국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은 전 세계 인재 이동 경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 고급 인력이 H-1B 비자 발급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만큼(2024년 기준으로 각각 71%와 11.7%), 이들의 선택지가 다변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글로벌 기술 경쟁과 노동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