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 42’에 테더 CNH₮ 단계적 종료…미국에선 USDT 입지 강화

| 서지우 기자

테더가 미국 시장에서 ‘최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새 규정을 내놓으면서, 테더(Tether)의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CNH₮가 단계적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 내 테더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커지는 분위기다. 테더는 약 10년 가까이 최대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로 군림해왔고, 경영진과 지분 보유자 다수가 억만장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과거 테더의 미 국채(T-note) 매입을 맡았던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이 현재 트럼프 대통령 측 핵심 경제 참모로 거론되면서, 테더를 둘러싼 ‘정책 리스크’가 한층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에는 미국 이용자가 상환(redeem) 가능한 ‘자매 버전’의 USDT까지 출시하며 미국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중국 ‘규제 42’…위안화 스테이블코인 사실상 퇴출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분위기가 급변했다. 중국이 2026년 새 은행권 가이던스로 ‘규제 42(Regulation 42)’를 발표하며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율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번 규정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테더(USDT) 단 세 가지뿐이다. 시장에서는 이 세 종목이 중국 본토에서 그만큼 ‘가장 널리 쓰이는 자산’이라는 방증으로 해석한다.

규제 42는 2021년의 ‘규제 237’을 대체하며, 실물자산 토큰화(RWA) 및 암호화폐 발행·유통과 관련한 처벌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조항은 “법률·규정에 따라 관련 부처의 승인 없이, 국내외 어떤 단체나 개인도 ‘해외에서’ 인민폐(위안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형태로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에서 가장 알려진 사례는 테더가 2019년 출시한 CNH₮다. CNH₮는 역외 위안화(CNH) 가격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다만 CNH₮는 애초부터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유통량은 누적 2,050만 개 수준에 그쳤고, 실제로 이를 사용한 이용자도 수십 명 규모로 제한적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중국의 규정 변경 직후 테더가 CNH₮ 추가 발행을 중단하고, 보유자에게 1년의 상환 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퇴출”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 테더는 2027년 2월 20일 이후에는 CNH₮ 상환을 받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테더 발표문엔 ‘중국 규제’가 빠졌다

테더는 CNH₮ 종료 배경으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낮고, 다른 지원 자산 대비 지속적 커뮤니티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CNH₮의 사용 수준이 테더가 제품 전반에 적용하는 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지원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CNH₮ 수요가 미미했던 것은 사실에 가깝다는 평가다. 마지막 ‘의미 있는’ 발행이 2022년 트론(TRX) 블록체인에서 CNH₮ 지원이 추가됐던 시기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테더가 발표문에서 중국의 새 규정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두고, “규제 준수 이슈를 수요 부진으로 돌려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규제 42를 감안하면 CNH₮ 발행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중국 법 위반 소지가 커지고, 임직원이나 주요 주주가 중국 본토를 방문할 경우 형사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오둥 출소 시점과 CNH₮ 상환 기간, ‘묘한 겹침’

CNH₮ 상환 마감 시점이 특정 인물의 출소 예상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비트파이넥스(Bitfinex) 주주이자 중국 장외(OTC) 거래자로 알려진 자오둥(赵东·Zhao Dong)은 2020년 체포 이전 CNH₮ 개념을 적극 지지했던 인물로 언급된다. 그는 현재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출소 시점이 2026년 말~2027년 초로 거론된다.

이는 테더가 제시한 CNH₮ 상환 종료 시점(2027년 2월 20일)과 맞물린다. 일부에서는 비트파이넥스·테더 측이 주요 이해관계자를 달래기 위해, 출소 이후 CNH₮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중국계 트레이더 챈들러 궈(Chandler Guo)는 2025년 9월 “자오둥이 2025년 말 출소한다”고 공개 언급했지만, 실제 출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자오둥의 소셜미디어 활동도 재개되지 않은 상태로 전해진다.

중국은 ‘엄격’, 미국은 ‘방치’…테더를 둘러싼 질문

중국이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틀어막는 동시에, 달러 연동 테더(USDT) 사용에도 강경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수년간 테더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나 제재를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미국 법무부(DOJ) 조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조치 없이 흐지부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진다.

여기에 테더의 미 국채 매입을 도왔던 하워드 러트닉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Department of Commerce)으로 기용돼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점이 더해지며, 테더가 향후에도 ‘제대로 된 감사’나 ‘형사 리스크’에서 비켜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온도 차가 테더의 글로벌 사업 지형을 바꿀 변수로 보고 있다. 중국은 규제 42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법적으로 조여가며 통제력을 강화하는 반면, 미국은 사실상 별다른 감독 없이 테더가 1,800억달러(약 264조8,700억원, 1달러=1,471.50원 기준) 이상 규모의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허용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CNH₮ 종료는 ‘수요 부진’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넘어, 중국의 규제 강화가 테더 사업 포트폴리오를 직접 재편하는 사례로 읽힌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테더(USDT)를 둘러싼 정치·규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굳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더 기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규제 한 줄이 만든 생사 갈림길… 스테이블코인도 ‘매크로’로 읽어야 한다"

중국의 ‘규제 42’처럼 정책 한 줄이 시장 구조를 뒤집는 시대입니다. CNH₮의 단계적 종료는 단순한 ‘수요 부진’이 아니라, 국가 규제·정치 지형·달러 패권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제 투자자는 가격이 아니라 규제(Policy)와 유동성(Liquidity)을 읽을 수 있어야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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