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이란을 둘러싼 전쟁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내 비필수 공무원 철수를 지시하며 긴장 고조에 대응했다.
8일 CNBC에 따르면 중동에서 이란을 둘러싼 전쟁이 확산되면서 미국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비필수 정부 직원들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아시아 증시는 매도세에 직면했다.
미국 대사관은 리야드에서 발표한 공지를 통해 무력 충돌과 테러, 예멘과 이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사일 및 드론 공격 위험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이 사우디에서 비필수 공무원 철수를 명령한 것은 이번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8일 성명을 통해 이란 중부에 위치한 “테러 정권의 기반 시설”을 겨냥한 새로운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전날 이란의 여러 석유 시설을 타격한 이후 이어진 것이다. 해당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테헤란과 인근 카라지 상공에는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충돌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는 8일 아침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급등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운송 요충지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혼란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테헤란이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자 유조선들이 해당 항로를 피하기 시작했다.
유조선 운항이 차질을 빚자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는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워싱턴이 테헤란의 해상 위협 능력을 제거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이튼 사이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에너지·지정학 프로그램 의장은 “지난주 대부분의 시장이 상황이 통제될 것이라고 가정하며 유지했던 일종의 유예 기간은 끝났다”며 “위기 국면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시장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 정치 상황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란 관리들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로운 종교·정치 지도자로 지명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강경 세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은 이전부터 하메네이의 후계자 역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테헤란의 새로운 지도자가 자신의 승인 없이 결정될 경우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지도자 지명이 “불행한 선택”이라며 “그는 아버지와 같은 강경한 이념 성향의 성직자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테헤란 인근에 있는 거의 핵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과 관련해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단기적인 유가 상승은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매우 작은 대가일 뿐”이라며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 노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아시아 증시는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이 세계 경제에 원유 공급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란은 긴장 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중동 이웃 국가들을 공격한 데 대해 사과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에 협력하지 않는 국가들에는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야드는 이러한 공격이 “현실적 근거가 없는 허약한 명분에 기반한 것”이라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양국 관계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걸프 지역 전역의 방공망을 압도하기 위해 샤헤드 ‘가미카제’ 드론을 대량으로 발사했다. 이 드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해 온 무기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격추하기 위한 대응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드론은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의 요격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요르단에 있는 미국 군사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요격 드론과 드론 전문가 팀을 파견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에서 민간인과 미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원 요청을 받았으며 전문가와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들도 걸프 국가들의 방어 지원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호주는 방어 목적의 군사 지원을 검토 중이지만 이란에 대한 공격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중재에 나섰다. 중국은 중동에 특사를 파견했으며 왕이 외교부장은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하며 이번 분쟁을 “애초에 발생해서는 안 되는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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