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11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1,520원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안전자산 선호와 물가 우려를 동시에 자극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을 그대로 반영한 흐름이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904%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은 2.7bp 상승한 연 4.300%를 기록했고,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1.0bp, 0.4bp 오른 연 4.080%, 연 3.735%에 마감했다. 장기물도 함께 뛰었다. 20년물은 연 4.397%로 3.0bp 올랐고,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연 4.349%, 연 4.208%로 2.7bp, 2.6bp 상승했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으로, 시장이 위험 요인을 더 크게 반영했다는 의미다.
원래는 미국의 물가 지표가 시장에 안도감을 줄 여지가 있었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2% 상승해 시장 예상치와 같았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물가 수치는 통상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이런 재료를 덮었다. 미국이 이란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실제 공습에 나선 데 이어, 이란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돌 우려가 확산했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불안이 커지자, 에너지 가격 급등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국제유가가 오른 점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웠다. 런던 아이스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3.10달러로 전장보다 1.80% 올랐고, 뉴욕상업거래소의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배럴당 90.03달러로 2.07% 상승했다. 유가가 오르면 향후 물가가 다시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이는 금리 인하 기대를 약하게 만든다. 외국인 투자자의 선물 매도도 시장 움직임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3년 국채선물 1만2천204계약, 10년 국채선물 8천200계약을 순매도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미국 물가가 예상대로 나왔음에도 장 시작 전 미국과 이란 갈등이 부각되면서 금리가 상승했고, 중동 이슈에 따른 외국인의 3년 국채선물 대량 매도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불안 심리는 뚜렷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 1,524.2원보다 4.7원 오른 1,528.9원에 집계됐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18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환율이 높게 유지된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그만큼 약세라는 뜻인데, 이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때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중동 상황의 전개와 국제유가 흐름, 외국인 자금 움직임이 국내 금리와 환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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