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혼조…엔비디아·AMD 급락, 릴리·넷플릭스 강세 속 온도차 확대

| 김민준 기자

미국 증시는 17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4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고, 반면 나스닥과 S&P 500 지수는 소폭 상승한 가운데 거래됐다. 이러한 지수 간의 엇갈린 흐름은 주요 종목들의 개별적인 뉴스와 실적 전망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다우 지수 하락을 견인한 주역은 단연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이었다. 이 회사가 연간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급락했고, 이는 같은 섹터인 휴마나(HUM), 엘리반스헬스(ELV), CVS헬스(CVS) 등 다른 보험 관련주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유나이티드헬스는 비용 증가를 조정 이유로 들었지만, 이익률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기술주에서는 엔비디아(NVDA)와 AMD(AMD)가 나란히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일에 이어 이날도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두 기업은 이번 조치로 수조 원대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직접 경고한 바 있다. 브로드컴(AVGO)도 투자심리 위축 속에 주가가 함께 내려갔다.

반면 에너지 및 제약 섹터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일라이 릴리(LLY)가 구강용 체중감량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 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경쟁사 노보노디스크(NVO)의 주가는 BMO가 해당 기업의 기술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동반 하락했다. 이제 릴리는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넷플릭스(NFLX)도 이날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장 마감 이후 발표되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경기 둔화나 통상 마찰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특히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의 가입자 증가세가 재차 조명되며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제약 업계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발언이 전해지며 제약 섹터 전반의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해당 발언은 정책적인 명확성이 결여된 채 전달돼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제약주는 릴리와 같은 개별 호재에도 불구하고 하방 압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장중 원유 선물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동반 상승했고,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는 유로와 엔화 대비 강세를, 파운드 대비로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암호화폐 가격도 대부분 상승세를 기록하며 자산 시장 전반의 리스크 온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날은 개별 기업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 기술주에 대한 규제 우려 등이 교차하면서 시장 내 섹터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실적 시즌과 정책 발언 등을 유심히 살피며 포트폴리오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