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무역 리스크 재부상…월가 흔드는 5월의 주식들

| 김민준 기자

월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휘둘리며 4월에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5월에도 무역 이슈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해방의 날’ 관세 조치는 하루 만에 약 6조 달러(약 8,640조 원)의 시장 가치를 날려버리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발표된 관세의 90일 유예 조치와 미·중 간 갈등 완화 기대감이 주가 반등을 이끌었지만,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감소 데이터가 불거지며 상승세는 다시 꺾였다. 결국 S&P500은 한 달간 0.8%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 같은 와중에 5월 주목해야 할 종목 다섯 개가 부상했다. 대표적으로는 애플(AAPL), 엔비디아(NVDA), 월마트(WMT), 엑슨모빌(XOM), 코인베이스(COIN)이 꼽힌다.

애플은 5월 1일 시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관세 회피 전략이 핵심 이슈다. 지난 1차 트럼프 행정부 당시엔 관세 면제를 받아냈지만, 최근 발표된 관세안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최대 125%, 인도·베트남산에도 각각 26~46%의 추가 관세가 예고돼 있다.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은 일단 제외됐지만, 미 상무부가 이에 대한 유예를 곧 종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애플은 일부 생산을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제품을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어 리스크가 상존한다. 현재 애플 주가는 연초 대비 15%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미·중 기술 갈등과 AI 투자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겹쳤다. 미 정부가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며 1분기 실적에 최대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의 타격이 예상된다는 경고 이후 투자자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아마존(AMZN) 등 주요 고객사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일부 보류하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3분기 연속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매번 하락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연초 대비 약 19% 밀려 있다.

소매업체 월마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이슈에 잽싸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중국 공급업체들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관세가 물류 대란과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직접 경고하면서 무역전 완화 움직임을 유도했다는 후문이다. 실적 발표는 5월 15일 예정되어 있으며, 앞서 발표된 1분기 소매 판매 지표를 감안했을 때 실적 자체는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올해 연간 실적 가이던스 제공 여부다. 가이던스를 생략할 경우,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월마트 주가는 현재까지 8% 상승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대표주 엑슨모빌은 미국 석유산업을 향한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전략과 경기 둔화에 따른 유가 하락이라는 상반된 조건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에너지 산업 보호를 이유로 연방 토지의 시추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 정부의 개입 차단을 선언하는 등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무역전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8달러 수준까지 하락, 4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석유 시추 타당성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엑슨모빌 주가는 현재까지 2% 하락하며 에너지 업계 전반의 부담을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인베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 덕분에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발표와 함께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시사하며 시장 기대를 키웠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친(親)크립토 인사를 임명한 것 또한 가상자산 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가격은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 여건 탓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거래 수익에 일정한 타격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형 수익 및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최대 50% 성장할 것으로 자사 전망이 제시됐다. 현재 코인베이스 주가는 18% 하락한 상태다.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금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이들 핵심 종목의 실적, 가이던스, 정책 대응 전략은 향후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