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실적은 호조인데…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기업들 '침묵'

| 김민준 기자

S&P500 기업의 1분기 실적이 대체로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까지 약 75%의 S&P500 상장사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발표된 결과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월가의 기대치를 반영한 ‘혼합 수치’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3%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과거에 비해 냉랭한 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 발표가 이어졌음에도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예년보다 적은 폭으로 상승했으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경우에는 오히려 가혹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매출 기대치를 상회한 기업의 비율이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기업들은 향후 실적 전망을 아예 철회하거나 유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엔진 제조사 커민스(CMI)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일부 기업은 다양한 경제 시나리오를 반영한 '양방향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있으나, 대다수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지적한 것처럼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리솔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시장전략가 캘리 콕스는 “기업들이 앞날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 가이던스를 무더기로 철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연간 전망치를 유지한 기업들이 많은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다”라며, 일부 기업은 관세 영향을 아직 가이던스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이치뱅크는 “많은 기업들이 이번 분기에 관세 영향을 선반영한 재고 확보나 선매입을 통해 1~2개월 정도의 완충 기간을 확보했지만, 그 이후에는 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가 지속될 경우 그 여파는 미국 기업에 집중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중 대부분은 이미 실적 발표를 마쳤고, 엔비디아(NVDA)만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팔란티어(PLTR), AMD(AMD), 디즈니(DIS), 코인베이스(COIN) 등 주목받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이번 주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