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미 급락…차량용 반도체 부진에 주가 8% 밀려

| 김민준 기자

온세미(ON)의 주가가 5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력 및 센서 칩 전문 제조사인 온세미는 실적 부진과 더불어 경영진이 향후 사업 환경에 대해 *도전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한 탓이다.

회사 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14억 5,000만 달러(약 2조 944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자동차, 산업, 전력 분야를 아우르는 전 사업 부문에서 일제히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26% 급감하면서 시장 수요 부진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하산 엘쿠리(Hassane El-Khoury)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고객들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세미는 일각 제품군에서 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엘쿠리 CEO는 “전략적인 분야에서 점유율 유지를 위해 가격 조정을 활용해왔지만, 일부 사업 부문에서 수요 둔화와 함께 가격이 한 자릿수 낮은 비율로 하락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희망적인 측면도 일부 존재한다. 조정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0.55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전년 대비 74.7% 급증한 4억 5,470만 달러(약 6554억 원)를 기록했다. 비용 구조 조정, 포트폴리오 최적화, 제조역량 재조정이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온세미는 향후 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4억~15억 달러(약 2조 160억~2조 1,600억 원), 조정 EPS는 0.48~0.58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인 매출 14억 1,000만 달러, EPS 0.52달러와 큰 차이는 없지만, 이미 보수적으로 조정된 수치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시티그룹은 온세미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수의 기업이 경기 침체로 인해 연간 가이던스 하향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며 온세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온세미 주가는 전일 대비 약 8% 급락하며 38.57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초 대비 약 40% 하락한 수준으로, 고금리와 낮은 반도체 수요 속에서 기술주의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실적 발표는 시장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며 온세미뿐 아니라 동종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