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S&P500 순익 15% 감소 가능성…도이치 '실적 랠리 경고'

| 김민준 기자

월가가 최근 발표된 기업 실적 호조에 환호하고 있지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그 열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특히 도이치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S&P500 기업들의 올해 순익이 무려 15%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를 보이며 S&P500 지수가 20년래 최장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탰다. 여기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발표까지 이어지며 기업들의 자신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도이치은행 분석가들은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정면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치은행의 수석 전략가 빈키 차다(Binky Chadha)가 이끄는 애널리스트 팀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세 영향을 실적 가이던스에서 제외하거나 불확실성을 이유로 예측 보류 상태에 있다”며 “이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추정치를 조정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불투명성이 실적 전망의 ‘상당한 하방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이치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관세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S&P500의 올해 전체 이익이 약 1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들고, 하반기에는 10~13%로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월가 컨센서스는 2분기 성장 둔화 후 하반기에는 분기별 7~8% 수준의 재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이치은행은 이런 낙관론이 실현되려면 무역 정책에서 상당한 완화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그런 가능성에 베팅하긴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이번 사안이 주는 현실적인 경고는 자동차 업종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 관세 적용 여부에 가장 민감한 산업 중 하나인 이 분야는 이미 2분기 실적 추정치가 20% 가까이 하향 조정된 상태다. 이는 관세가 실제로 반영될 경우 전방위 업종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물론 아직 악재가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업계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를 시행했으며, 70여 개국과의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 재개 의지도 나타내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일시적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도이치은행은 여전히 ‘단일 악재’에 의존한 주가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을 경계한다. 시장이 진정으로 회복 탄력을 가지기 위해선 명확한 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실적 예측의 현실화가 선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실적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