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 90일 유예에 뉴욕증시 급등…“반등은 일시적” 경계론도

| 김민준 기자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90일간 인하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월가는 모처럼 온기를 되찾았다. 반등 기대가 실적과 경기 회복 전망으로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살아나고 있지만, 단기 호재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계론도 함께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재무장관 스캇 베슨트는 “양국이 향후 90일 동안 관세를 대폭 인하하고 포괄적 무역합의 타결을 위해 협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던 미국의 관세율은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한다. 이번 관세 유예 조치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했던 ‘상호주의 관세’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잠시 걷히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S&P 500은 이날 3% 이상 오르며 '해방의 날' 이후 손실을 모두 만회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조치는 주식시장에 있어 ‘꿈의 시나리오’로, 연중 최고치 경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무역전쟁이 스무트-홀리법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접근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안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협상의 길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조치는 오는 7월 초 종료될 예정이며, 이 시점이 되면 시장은 다시 극심한 변동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과 같은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은 짧은 시간 내에 결실을 맺기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UBS의 이코노미스트 애비게일 와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4%에서 15%로 낮아졌다. 이는 트럼프 집권 초기 대비 여전히 다섯 배 수준으로, 무역 비용 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최근 미국-영국 무역협정에서 확인되었듯, 최소 10%의 관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기업 실적과 경제 전반에 대한 회복 기조는 불완전하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 버크바인더는 “시장은 이미 호재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상태로 보인다”며 “남은 협상 기간 중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수십 개국과 동시에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 중이지만, 90일이라는 협상 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하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는 “중국 정부는 시간을 끄는 데 능한 상대이며, 합의 도달까지는 고난도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라면서도 “이번 유예 조치가 기업들에게 대응 시간과 전략 수립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완충 효과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가 불확실성 속 단기적 안도감을 줬지만, 관세 이슈를 둘러싼 리스크는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향후 관세가 다시 상승하게 될 경우, 최근의 반등은 일시적 반사이익으로 바뀔 수 있다. 협상 진전 여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발언이 다시 시장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