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AI 수혜·헬스케어 악재에 혼조…유나이티드헬스 급락

| 김민준 기자

미국 증시는 15일(현지시간) 혼조세로 출발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 500 지수는 소폭 상승한 반면, 나스닥 종합지수는 약보합권에서 움직이며 대형 기술주와 헬스케어 종목의 엇갈린 흐름을 보여줬다.

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기업은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H)이었다. 미 법무부가 유나이티드헬스의 메디케어 사기 가능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S&P 500 구성 종목 중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 여파로 다른 보험·헬스케어 관련 주도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소비재 대기업 월마트(WMT)도 투자자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이날 발표한 분기 실적은 시장 매출 기대치를 밑돌았으며,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관세 인상으로 인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혀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에너지 주도 힘을 잃었다. APA를 비롯한 관련 종목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새로운 핵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발단이었다. 핵합의가 다시 추진될 경우 이란산 원유 공급이 늘어나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해당 종목군에 매도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반면, 긍정적인 실적 발표로 상승세를 보인 종목들도 다수 있었다. 시스코 시스템즈(CSCO)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힘입은 매출과 이익 호조로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회사는 동시에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한다고 밝히며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렸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스테리스(STE)는 효율성 개선과 전략적 실행 성과로 예상치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고, 주가는 강세로 반응했다. 트랙터 브랜드로 유명한 디어앤컴퍼니(DE)는 매출 자체는 줄었으나 수익성과 실적 안정성을 유지한 점이 부각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시장 전반에선 금 선물 가격이 상승하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으며, 달러화는 유로, 파운드, 엔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암호화폐 시장은 주요 종목 대부분이 하락세를 기록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시장은 긍정적 실적과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상반된 소식에 영향을 받으며 업종별 차별화 흐름을 나타냈다. 인공지능 관련 수요 확대는 여전히 주요 수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규제 리스크와 지정학적 변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