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수익률 5% 돌파…증시 '투매', 무디스도 등급 강등

| 김민준 기자

미국 재무부가 시행한 국채 입찰이 예상보다 부진한 반응을 얻으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급증하는 미국 정부 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5.1%까지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수익률도 4.61% 수준으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같은 날 시행된 20년물 국채 입찰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했던 영향이 크다. 최고 입찰 금리는 전달의 4.81%에서 5.05%로 상승했고, 투자 수요 강도를 나타내는 입찰 경쟁률은 2.63에서 2.46으로 하락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 전반에도 압박이 가중됐다. S&P500 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1.6% 떨어지며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달 초 보고서를 통해 "10년물 수익률이 4.5%를 넘길 경우 주식과 채권 간 역상관 관계가 다시 강해지며 주식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3.82로 최근 10년 평균인 18보다 높은 수준이다. 4월 급락 이후 반등한 주식시장이 고밸류에이션 상태에서 채권 수익률 상승이라는 이중 압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시장 불안은 최근 공화당이 발의한 감세 및 지출 법안과도 무관치 않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첫해 통과된 ‘감세 및 고용법안(TCJA)’의 혜택을 연장하고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수조 달러 규모의 연방 적자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국채가 '무위험 자산'이라는 기존의 인식까지 흔들리고 있다.

국채에 대한 신뢰 하락 조짐은 이미 신용평가 기관들의 평가에 반영됐다. 무디스는 지난주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 ‘AAA’에서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이는 피치, S&P에 이어 마지막 남은 '트리플A' 등급마저 잃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상징성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미 당국이 재정 정책에 있어 보다 명확한 균형감각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채권 시장뿐 아니라 주식과 환율,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의 고금리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업 자금 조달과 소비 전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