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일제 하락…구글은 AI로 웃고 FICO는 급락

| 김민준 기자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1일(현지시간) S&P 500지수는 1.6%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고, 다우지수는 1.9% 밀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1.4% 내리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번 하락세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인 공화당 지도부가 주도한 세금 및 지출 법안 논의가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키운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주식 시장의 랠리 피로감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특히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운 종목이 있었다. 신용점수 제공업체 페어 아이작(FICO)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하며 이날만 16% 빠졌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빌 펄트 국장이 FICO의 점수 산정 비용이 과도하다고 비판한 것이 직접적인 트리거였다. 신용점수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검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FICO 외에 에퀴팩스(EFX)도 6.7% 하락했다.

기술주 중에서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GOOGL)이 눈에 띄었다. 전날 자사 개발자 행사 ‘구글 I/O’에서 인공지능 검색 모드를 전면 공개한 이후, 증권가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약 3% 상승해 S&P 500 내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AI가 검색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실적 기대에 힘을 실은 셈이다.

다만 희비는 엇갈렸다. 팔로알토네트웍스(PANW)는 3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순익이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지만, 영업비용 증가와 기대에 못 미친 수익률로 인해 주가는 6.8%나 하락했다. ‘플랫폼화 전략’이 일정한 성과를 냈으나, 마진 압력과 비용 구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외에도 에너지업체 AES는 제프리스의 투자등급 하향 조정 이후 9.9% 밀렸고, 모더나(MRNA)는 코로나19-독감 혼합 백신 승인을 자진 철회한 후 7.8% 급락했다. 한편, CME 그룹은 금융 파생상품의 알루미늄 인도 네트워크를 홍콩까지 확대할 계획이 알려지며 1.4% 올랐고, GE 버노바(GEV)는 테네시 밸리 당국이 소형 원자로 설치 신청을 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장 전반에는 부채 급증에 따른 금리 상승 압박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가중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 확대가 향후 국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