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한층 커졌지만, 뉴욕 증시는 오히려 상승하며 시장의 회복 탄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이 주말 사이 이어졌음에도,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반등하며 시장은 이를 비교적 차분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장중 1% 가까이 상승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4%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또한 소폭 상승세를 기록하며 투자심리 회복세를 보였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급등한 유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이러한 매도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주식시장은 평균적으로 6%가량 하락한 뒤 3주 내에 대부분의 낙폭을 만회하는 흐름을 보여온 것으로 분석된다. 역사적으로도 중대한 지정학적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흔들리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사태에서도 고수익 회사채 대비 프리미엄은 고작 0.02%포인트 확대되는 수준에 그쳤고, 세계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MSCI 월드 인덱스는 사상 최고치보다 불과 1% 낮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는 시장이 해당 충돌이 실질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다만, 유가 변동에 따른 장기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도이체방크의 헨리 앨런 애널리스트는 “실물 경제를 타격하지 않는 한 정치적 충돌은 대개 일시적 쇼크에 그친다”며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시장 변동성이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로는 1970년대 원유 금수조치(Oil Embargo)나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있었다.
최근 사례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가가 단기간에 30% 이상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에서 발생한 유가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 40년래 최고 수준에서 크게 완화됐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인 2%를 웃도는 수준인 2.4%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관세 정책이 중동 갈등과 맞물릴 경우, 공급망 불안과 수입자재 가격 인상을 통해 또 다른 인플레이션 요인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앨런은 “인플레이션이 재차 고착화되면 금리 인하 여지도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유가 상승과 관세 확대가 경기 둔화 조짐과 함께 나타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여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자들에게도 중장기 전략 수립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