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미국 증시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해 온 ‘X’라는 티커(symbol)가 마침내 시장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철강업체 유나이티드스틸(U.S. Steel)이 일본의 니폰스틸에 인수되면서 기존의 ‘X’ 티커가 공백으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뉴욕증권거래소(NYSE)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남아 있는 단일 알파벳 티커가 새 주인을 기다리게 된 셈이다.
해당 인수는 수개월 간의 논쟁과 불확실성을 거쳐 마무리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과 함께 미국 정부가 회사 미래에 대한 다양한 권리를 확보하는 ‘골든 셰어’(golden share) 조항을 포함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 건에서 또 다른 관심사는 바로 ‘X’라는 단일 문자가 다시 시장에 나왔다는 데 있다. NYSE 기준, 현재 사용되지 않는 단일 문자 티커는 ‘I’, ‘N’, ‘P’, ‘Q’, ‘Y’를 포함해 총 여섯 개다. 그중 ‘X’는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돼 왔던 상징적 코드였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단일 문자 티커는 총 20개다. 시티그룹(C), 포드(F), 메이시스(M)처럼 널리 알려진 기업부터, 제이콥스 솔루션(J)이나 리얼티 인컴(O)처럼 대중에게 덜 익숙한 회사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형성돼 있다.
‘X’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거래소에 따르면 새로운 티커를 얻기 위해서는 24개월 내 실제 사용될 것이라는 ‘합리적 근거’와 함께 공식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까지 NYSE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나 그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X’라는 티커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머스크는 아들의 이름을 ‘X’로 짓고, 현재 운영 중인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TSLA)에서도 ‘모델 X’ 차량을 판매 중이며,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뒤 서비스명을 ‘X’로 바꾸는 등 해당 이니셜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xAI와 스페이스X 모두 주식시장 상장 계획을 공식화한 바 없으며, 테슬라를 포함한 관련 기업들 역시 이번 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로써 증시에서 가장 희소한 상징 중 하나인 ‘X’는 누구의 차지가 될지 베일에 싸인 채로 남아 있다. 단순한 알파벳 하나지만, 그 안에는 100년 넘는 산업사와 상징성, 그리고 미래를 향한 기술 기업들의 야망이 얽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