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피센트 7’ 독주 깨지나… AI 수혜, 기술주 너머로 확산

| 김민준 기자

2025년 상반기를 주도한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기술주는 하반기에도 여전히 인공지능(AI)이라는 최대 성장 테마에 힘입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실적 성장률이 점차 다른 대형주와 유사한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으며, AI 수혜 범위가 점차 다른 섹터로 확산되면서 상대적인 주가 매력도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기업은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MSFT), 엔비디아(NVDA), 아마존(AMZN), 구글(GOOGL), 메타(META), 테슬라(TSLA)다. 지난 2년간 AI 열풍과 더불어 강력한 주가 상승을 경험한 이들은 2025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성장 및 감세 공약과 결합되며 랠리를 이어갔다. 특히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선거 캠페인을 지지하며 초기에는 백악관과의 유착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이후 정치적 반감과 기업 리스크가 확대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편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은 전반적인 기술주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고율 관세 부과는 월가에 충격을 주며 일시적인 급락을 유도했으며, '매그니피센트 7'에 집중 투자된 라운드힐 ETF(MAGS)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30% 넘게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경제의 견조한 소비지표와 글로벌 교역 불안 완화에 따라 반등에 성공하며 손실을 대부분 회복했다.

2025년 들어 가장 두각을 드러낸 종목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로, 이들 3개 기업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애플과 테슬라는 각각 14%, 19% 하락하며 상대적인 부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의 AI 역량과 막대한 자본력을 감안할 때, 변동성이 큰 거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투자 대안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하이퍼스케일러)은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상반기 내내 확대하며 기술 시장을 주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은 컴퓨팅 자원 부족을 이유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들 4개 기업의 2025년 인프라 지출은 3,000억 달러(약 432조 원)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AI 학습과 배포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장비로 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브로드컴(AVGO) 및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 아리스타 네트웍스(ANET), 암페놀(APH), 코히런트(COH) 등 관련 기술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실적 측면에서는 변수도 감지된다. 2025년 1분기 기준 '매그니피센트 7'의 평균 수익 증가율은 28%로 여전히 높았지만, S&P500 전체의 성장률(약 9%)과의 차이는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팩트셋은 2026년 1분기에는 양측간의 실적 격차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시장에서는 이러한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경제 불확실성과 긴장된 무역 환경 속에서 대형 IT기업의 자금력, 가격 결정력, 유연한 공급망 구조는 하반기에도 강력한 복원력을 발휘할 요소로 꼽힌다. 브로커리지 회사 제니스 헨더슨과 JP모건은 이들 기업의 스케일이 여전히 최대 리스크 대응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AI에 대한 관심 역시 더 넓은 종목군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JP모건 분석가들은 AI 기술이 반도체, 전력 시스템, 데이터센터,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파급력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Snowflake(SNOW), MongoDB(MDB), 사이버아크(CYBR), 먼데이닷컴(MNDY) 등 틈새형 AI 솔루션 제공업체들도 점차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있다.

결국 2025년 하반기의 주식시장에서 '매그니피센트 7'은 여전히 핵심축으로 기능하겠지만, AI 수혜의 외연이 확대되고 기존 대형주들의 실적 우위가 약화되면서 이들의 독주 양상에는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전쟁은 이제 특정 기업이 아닌, 산업 전체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