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O 주가 9% 급락…美, '밴티지 4.0' 신용모델 도입 허용 충격

| 김민준 기자

페어 아이작(FICO)의 주가가 하루 만에 9% 가까이 급락했다.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경쟁사들과 공동 개발한 신용 점수 모델인 '밴티지 4.0'의 사용을 주택담보대출 기관에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융업계 전반에 충격을 안긴 것이다. 이번 조치는 신용 점수 체계에서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보였던 클래식 FICO 모델의 입지를 크게 흔들 수 있단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윌리엄 풀트 FHFA 국장은 8일 X(구 트위터)를 통해, 팬니 메이와 프레디 맥 등 주요 공공 모기지 보증기관이 앞으로 밴티지 4.0 점수 체계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신용 점수 생태계의 경쟁을 촉진하고, 전체적인 융자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확한 목표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현재 팬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전통적으로 클래식 FICO 점수를 기준으로 대출 심사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정부는 보다 다양한 신용 평가 기준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으며, 이번 정책 변경은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FHFA는 앞서 FICO와 밴티지스코어 양측의 최신 버전에 대한 병행 검토를 시사한 바 있었지만, 이날부터 실제 적용이 시작되며 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밴티지스코어는 트랜스유니온(TRU), 에퀴팩스(EFX), 익스피리언 등 3대 신용평가기관이 개발한 대체 신용 점수 모델로, 보다 다양하고 최신 데이터 기반의 평가 체계를 지향한다. 이에 따라 이들 관련 기업의 주가도 반응했다. 트랜스유니온과 익스피리언의 미국 상장 주가는 이날 1% 이상 상승했으며, 에퀴팩스 주가는 보합세로 마감했다. 반면, FICO 주가는 장중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크게 밀린 채 거래를 마쳤다.

이번 신용 점수 체계 개편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용 절감 및 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풀트 국장은 “모기지 시장에서 불필요한 독점과 비용 이슈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결국 소비자에게 더 나은 조건의 대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새로운 신용 점수 모델이 실제 대출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모델 간 점수 계산 방식과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별 점수 변동이 클 수 있고 이는 대출 승인 여부나 이자율에 실질적인 변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에는 각 금융기관별로 클래식 FICO 점수와 밴티지 4.0 중 어느 체계를 채택할지를 결정하게 되며, 새로운 모델 도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과도기적 혼선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 변화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신용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확대될지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