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기 항공기 업체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EVTL)가 할인 가격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업의 내재 가치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는 총 6,000만 달러(약 864억 원) 규모의 보통주를 주당 5달러에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거래일 종가인 6.95달러 대비 약 28%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이날 주가는 대폭 하락하며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도이체방크와 윌리엄 블레어가 주관하며, 이들은 추가로 최대 180만 주(약 90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30일 내 인수할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조달된 자금을 항공기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시험 및 인증 역량 확충, 일반 운영 자금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티컬은 현재 아메리칸 항공(AAL), 일본 항공, 브라질 GOL 항공, 브리스토우 그룹(VTOL) 등 주요 항공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허니웰(HON), GKN, 레오나르도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도 유지 중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는 60% 이상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할인 유상증자를 두고 자금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항공택시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데, 현금흐름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업 생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향후 기술 인증의 지연이나 판매처 확대 실패 시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친환경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의 선도주자로 주목받았던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가 이번 유상증자를 어떻게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 향후 기술 상용화와 실적 가시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