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또다시 보호무역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공세를 천명하면서 투자자 사이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으나, 시장은 의외로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과는 달리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모습은 없고, 오히려 현재의 강세장이 미국의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에 다시금 기대를 걸고 있는 양상이다.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캘리 콕스(Callie Cox)는 최근 파드캐스트에 출연해 "지금 시장은 일종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unbridled enthusiasm)에 휩싸여 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특히 이런 심리적 상태가 장기 투자자들에게 어떤 함의를 시사하는지, 또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중심으로 조언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일부터 구리 수입품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조치는 산업 전반과 전자제품군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멀티 레벨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구리는 핵심 산업 원자재로, 단순한 금속이 아닌 경제 활동 전반의 체온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당분간 궤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콕스는 ‘미국 예외주의’라는 내러티브를 언급하며, "국내 경제의 견고한 소비 기반과 S&P500 일부 대형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미국 주식시장 회복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정책 조정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무역전쟁 당시, 동일한 강경 조치로 인해 미국 내 생산비 상승과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졌던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구리와 같은 전략 자원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는 미국 제조업과 친환경 산업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현시점에서 무역 마찰은 글로벌 경기 둔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시장은 ‘견고한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하강 리스크를 잠시 잊은 듯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다시금 현실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경우, 지금의 강세장은 언제든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장기 투자자라면 단기적 추세에 휘둘리기보다는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