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반도체에 대해 100%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도 미국 내 생산기업에는 예외를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동부시간 8월 7일 오전 9시 40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226.49포인트 상승한 44,419.61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7.09포인트 올라 6,382.15에 도달했고,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지수도 207.87포인트 상승한 21,377.30에 거래됐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기술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미국 내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을 확정한 기업은 고율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반도체 제품에는 1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혀 보호무역 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기업인 애플에 대해 “유리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강화하려는 정책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 같은 발표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1%, AMD는 5% 상승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인 반에크 반도체 ETF(SMH)도 2% 상승하며 기술 섹터의 강세를 이끌었다. 애플 역시 2% 오름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 내 생산망에 1천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투자계획은 2월에 발표된 총 5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침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 미국 내 고용 지표는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같은 주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6천 건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22만1천 건을 상회했다. 이는 고용 시장이 다소 느슨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시장 전체로 보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완화된 모습이다. LPL파이낸셜의 크리스티안 커 전략가는 “4월 초 관세 우려가 고조됐을 때에 비해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줄었다”며 “일부 지수는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실현 변동성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주 외 업종도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기술 업종이 1.4% 오르며 상승폭을 이끌었고, 유틸리티(0.9%), 임의소비재(0.8%), 소재 및 에너지 업종(0.7%)도 동반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홈트레이닝 기기 제조사 펠로튼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12% 급등했다. 음식배달 플랫폼 도어대시는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며 1% 상승했다. 반면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향후 실적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주가가 7% 떨어졌다.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라이 릴리는 기대 이하의 성과를 드러내며 14%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 주식 시장도 대체로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1.69% 상승했고, 독일 DAX 지수는 1.75%, 프랑스 CAC40 지수는 1.34% 올랐다. 그러나 영국 FTSE 지수만은 0.56% 하락해 다른 흐름을 보였다.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 중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배럴당 64.57달러, 브렌트유 10월물은 67.0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국내 제조업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향후 관세 적용 세부 기준과 주요 글로벌 기업의 대응 여부가 시장의 추가 흐름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