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상호관세' 정책이 8월 7일(현지시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미국 뉴욕 증시는 장중 혼조세를 보인 끝에 엇갈린 흐름으로 마감했다. 관세 확대에 대한 글로벌 우려와 함께 경기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용지표, 정치적 인사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51% 하락한 43,968.6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35% 상승해 21,242.70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 역시 소폭 하락하는 등 주요 지수 간 방향성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이번 관세 정책은 미국이 자국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무역 파트너국의 수입품에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되갚아주는 일명 '상호주의'에 기반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가 집중 타깃이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품목, 특히 반도체에 대해 예외 조항을 시사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매수 심리가 강해졌다. 그는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되, 미국에 생산시설을 세울 경우 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긍정적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이외에도 정책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하는 요소도 있었다. 특히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인식이 유지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자신과 가까운 인사인 스티븐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지명하자,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애플이 향후 4년간 약 1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발표한 뒤 3.18% 상승하며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렸다. 반면,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14% 넘게 급락해 다우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시장 내부적으로는 호실적을 기반으로 한 주가 급등세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상호관세 발효는 세계 무역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정책으로, 당장 금융시장에는 혼선과 불확실성을 낳고 있지만 미국 내 제조업 유치를 목적으로 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주요국들의 대응에 따라 글로벌 교역 구조와 시장 흐름이 더욱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