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실적 호조에도 '中 둔화' 경고에 주가 13% 급락

| 김민준 기자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티커: AMAT)가 실적 발표 이후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13% 이상 급락했다.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소폭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분기에 대한 낮은 매출 가이던스가 투자심리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3분기(회계연도 기준) 매출 73억 달러(약 10조 5,100억 원), 주당순이익(EPS) 2.4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였던 72억 2,000만 달러 매출과 2.36달러 EPS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순이익은 17억 8,000만 달러(약 2조 5,600억 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게리 디커슨(Gary Dickerson) CEO는 “연속적인 매출 성장의 여섯 번째 해를 향해 순항 중”이라며 기록적인 분기 실적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호재는 곧바로 분위기 반전을 경험했다. 회사가 내놓은 4분기 매출 전망치는 67억 달러(±5억 달러)로, 월가 기대치였던 73억 3,000만 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디커슨 CEO는 “글로벌 정책 환경과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단기 매크로 불확실성 속에서 특히 중국과 관련한 사업 전망에 가시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 수요 둔화와 맞물린 공급 과잉 조정으로 인해 단기간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브라이스 힐(Brice Hill) CFO는 “중국 시장의 생산능력 조정과 TSMC, 삼성, 인텔 등 최첨단 고객들의 비선형 수요(nonlinear demand)가 매출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망 탄력성과 글로벌 생산 역량, 그리고 고객사와의 깊은 관계를 통해 이런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커슨 CEO는 “중국 고객사의 일부 제품 주문에 대해 수출 승인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언급했다. 그는 향후 수출 제한, 관세, 규제 불확실성 등 유사한 장애 요인이 존재하더라도 AI와 로보틱스 산업의 장기 성장 전망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둘러싼 실망감은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촉발했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하며 올 들어 누적 기준 15% 상승폭으로 조정되었고,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의 상승률 1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반도체 제조 장비 산업에서 수요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간주된다. 이 회사의 예고 없는 부진한 전망은 글로벌 반도체 전반의 수요 위축 가능성을 한층 부각시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