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유상증자·지분확보…대기업들 '돈의 전략'이 달라졌다

| 연합뉴스

최근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 또는 계열사 지분 취득에 나서면서, 자금조달과 경영 안정화, 신사업 확장 등 다양한 목적의 기업 재무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자금 운용이 향후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2025년 8월 중순 기준, 대표적인 유상증자 공시는 캐리(종목코드 313760)의 1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번 투자대상은 ㈜시그니엘에셋으로, 구체적인 관계나 사업 시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3자 배정 특성상 전략적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시장 신뢰 확보와 특정 사업 협력을 위한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같은 기간, TS트릴리온(317240)은 10억 원을 우신화장품에게, 그리고 별도로 50억 원을 디비오에 각각 제3자 배정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각각의 증자는 중소 규모지만, 외부 파트너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자금 유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한편, 바이오와 뷰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이 회사는 최근 실적이 변동성 있게 전개된 바 있어, 자금 운용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주주배정 방식으로는 샤페론(378800)과 코아스템켐온(166480)이 각각 300억 원과 380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 인수 권리를 우선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희석 위험을 줄이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두 기업 모두 바이오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와 임상 시험 비용 때문에 꾸준한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그 외에도 반도체 공정 소재 기업 코미코(183300)는 종속회사인 미코세라믹스의 지분을 301억 원에 추가 취득했다. 이는 경영권 안정화와 내부 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결정으로, 그룹 차원의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과 연결된다. 또 다른 대형 거래로는 한투증권이 한국투자글로벌사모투자합자회사(PEF) 주식을 2천708억 원어치 사들인 건이 있다. 이는 대규모 국내외 비상장 투자 확대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과 내부 투자 확대 흐름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형적인 재무 전략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리스크 대응 역량을 키운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증자 후 실적 개선 등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자금 활용 내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