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PO 시장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들어 벤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상장이 속속 이어지며 지난 몇 년간 침체됐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등이 일시적인 반짝 회복이 아닌,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Figma)와 스테이블코인 제공업체 서클(Circle)이 있다. 피그마는 상장 당시 약 190억 달러(약 27조 4,000억 원)로 평가됐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약 340억 달러(약 49조 원)로 급상승했다. 서클 역시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4배 넘게 뛰며 기업가치가 330억 달러(약 47조 5,000억 원)를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회복이 아니라 체질 개선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서나 캐피털(Athena Capital)의 이자벨 프리드하임(Isabelle Freidheim)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상장 주자들은 재무 구조가 과거보다 훨씬 탄탄하다”며 “비용 절감과 단위 경제성 확보 등, 성장 일변도의 시대에서 벗어난 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상장 속도는 신중하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SSM로펌 공동창업자 린지 미냐노(Lindsey S. Mignano)는 “올해 상장은 개별 성과는 좋지만 후속 주가 흐름과 딜 규모는 다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쇄도’보다는 ‘행렬’처럼 일정한 간격을 둔 출시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포티지 캐피털(Portage Capital)의 데번 커크(Devon Kirk)는 “상장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프리 IPO 투자자들의 요구 할인율도 낮아지고 있다”며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녀는 “지정학적 변수 등 거시 리스크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상반기 시장을 주도한 대표주자들이 포문을 연 만큼, 하반기에는 중형급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프리드하임은 이를 두고 “2025년은 갑작스러운 몰려듦보다는 체계적인 진입이 특징”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IPO 시장을 위한 건강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상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기대는 크다. 지난해와 올해 가장 많은 벤처 자금을 유치한 분야가 AI였지만, 실제 상장 실적은 이후에나 확인될 전망이다. 커크는 “AI 기술을 접목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안 되며, 실질적인 수익성과 차별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냐노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초기 기업들이 클라우드, 자동화, 자본 조달의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IPO 주기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녀는 “2023~2025년 사이에 설립된 AI 스타트업들이 이르면 2029년부터 상장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프리드하임은 “시장에서는 AI 순수 플레이어에 대한 직접 투자를 원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과 고객 기반을 갖춘 기업들이 첫 실적을 낸다면, 뒤따르는 기업들도 시장에 빠르게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2025년 IPO 시장은 AI, 핀테크,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선발대를 이루고 있으며, 향후 안정적인 투자처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급격한 열풍보다는 구조적 회복에 가까운 이번 흐름은,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상장 시장에 중장기 활력을 불어넣는 기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