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달리 최근 상장한 주요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올해 초부터 되살아난 듯했던 미국 IPO 시장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피그마, 코어위브, 서클, 차임파이낸셜 등 대표적 신규 상장 기업들이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되돌림을 겪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술 IPO의 ‘거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다. 지난달 초 상장 이후 첫 거래일에 주가가 세 배 이상 치솟았고, 하루 만에 주당 140달러를 넘기며 시가총액 약 700억 달러(약 100조 8,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4주 만에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이번 주 월요일 기준 종가는 70.40달러로 급락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6월 대형 IPO 중 하나로 주목받았으며 상장 초기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고점 대비 수익률이 축소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IPO 가격은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6월 뉴욕증시 상장 후 첫 거래일에 168% 급등하며 시장을 들썩였고, 이내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약 86조 4,000억 원)를 돌파했다. 그러나 현재는 최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해 안정세를 찾고 있다. 실적이 없는 유니콘 기업의 급등세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온라인뱅크 기업 차임파이낸셜은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상장 당일 37% 상승하며 무난한 출발을 알렸지만, 현재 주가는 그 수준보다 하락해 초기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이번 조정이 전면적인 위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IPO 가격 이상에서 여전히 거래되고 있는 점, 초기 급등의 상당 부분이 실적보다는 심리적 모멘텀에 의존했다는 점 등을 보면, 당장 상장을 계획한 기업들이 일정을 바꾸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 에너지가 더 장기적으로 위축된다면, 올해 하반기 남은 IPO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수익구조가 불투명하거나 기술적 테마에만 의존하는 스타트업일수록 투자자들의 검증의 눈초리가 더 매서워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조정을 ‘건강한 되돌림’으로 보며 여전히 기술 IPO에 대한 수요는 살아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메타 등 대형 기술주의 주가에도 변동성이 커진 만큼, 후속 상장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시장에 접근할지 여부가 IPO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