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하면서 8월 28일 장 초반 국내 반도체 업종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대표주인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이 국내 관련 종목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양상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28일 오전 9시 6분 현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71% 하락한 7만100원에, SK하이닉스는 1.54% 떨어진 25만6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하락은 전날 미국 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3.10%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5년 2분기(5~7월) 실적 발표에서 전체적인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핵심 사업부인 데이터센터 부문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은 엔비디아는 최근 몇 분기 연속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해 왔지만, 이번에는 ‘깜짝 실적’이라고 평가하기엔 다소 아쉬운 수치가 나왔다.
KB증권은 이번 실적과 주가 하락 배경에 대해 “전체 매출이 시장 평균 예상치를 웃돌긴 했지만, 서프라이즈 효과는 전 분기보다 약화됐다”며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는 AI 반도체 수요의 핵심 축을 이루는 부문으로, 이 부문 실적은 엔비디아는 물론 글로벌 IT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를 좌우하는 중요 지표다.
다만 AI 산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KB증권은 “일부에서 인공지능 경제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투하자본이익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의 투자 위축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는 중국 수요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후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중국 수출 회복이 실적 반전을 이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실적 발표가 국내 시장에도 곧바로 반영되는 모습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경기 민감도가 커질수록, 관련 투자 심리는 실적 발표 한 건에도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자들도 단기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산업 구조 변화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