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테크놀로지스가 2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5% 넘게 하락했다.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매출과 수익 모두 월가의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보수적인 가이던스가 투자 심리를 꺾었다.
델은 2분기 조정 주당이익 $2.32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2.30을 소폭 상회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297억 8,000만 달러(약 42조 8,800억 원)로 나타났다. 운영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7%, 32% 증가했다. 특히 인공지능 서버 수요 확대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델은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연간 예상 매출은 1,070억 달러(약 154조 원), 주당이익은 $9.55로 모두 시장 예측치를 넘어섰다. 그러나 3분기 실적 가이던스에서 주당이익은 $2.45로, 시장 전망치 $2.55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매출 전망치는 270억 달러(약 38조 8,000억 원)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델은 수익성이 부진한 이유로 연말 시즌 효과를 들었다. 저장장치 사업의 계절성을 고려했을 때, 연간 수익의 대부분이 4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델의 인프라 솔루션 부문은 AI 붐 덕분에 강력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킹 장비를 포함한 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9% 급증한 129억 달러(약 18조 5,700억 원)를 기록했다. 델은 올해 상반기에만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규모의 AI 서버를 출하했으며, 이는 지난해 전체 출하량을 초과한 수치다. 이에 따라 2026회계연도 AI 서버 출하 가이던스도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덮어둬서는 안 될 문제도 있었다. 저장장치 부문 매출은 3% 감소한 38억 6,000만 달러(약 5조 5,700억 원)로, 시장 예상치인 41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델의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 중 일부 부문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실리콘앵글 미디어 산하 theCUBE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이자 공동 창업자인 데이브 벨란테는 델의 실적 구조를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번성할 때, 나머지는 뒤처지는 전형적인 흐름”으로 평가했다. 그는 덧붙여 “AI 서버 판매가 수익을 견인하는 한편, 저장장치와 PC 부문은 여전히 약세를 보인다”면서도 “AI 관련 매출의 높은 볼륨 덕분에 수익성 부담은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이언트 솔루션 부문에서는 PC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한 125억 달러(약 18조 원)로 집계됐다. 과거에 델의 핵심 사업이었던 이 부문은 현재 인프라 부문에 주도권을 넘긴 상태다. PC 수요 둔화의 주요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무역 정책 변화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그러나 향후 윈도우10의 기술 지원 종료와 미국의 백투스쿨 시즌 효과로 인해 반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델은 이번 분기에 13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 이상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했다.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 델의 주가는 16% 상승해 S&P500 상승률(10%)을 웃돌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델을 AI 트렌드를 간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한다. 벨란테는 “높은 마진 구조는 아니지만, AI 서버 중심의 강력한 매출 성장과 현금 창출 능력, 그리고 보수적인 비용 관리 덕분에 투자자 신뢰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