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패닉… 나스닥 급락에 '미중 기술 전쟁' 경고등

|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등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가장 큰 폭으로 밀리면서, 시장 전반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이번 하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우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했으나,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근원 PCE는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물가 지표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결정 시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다. 해당 수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9% 상승해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모건스탠리의 엘렌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약화가 인플레이션보다 큰 변수로 작용할 경우 9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지표보다는 향후 고용 및 소비 흐름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다른 하락 요인은 중국 기술 기업들의 급격한 기술 자립 움직임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도체와 AI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강하게 흔들어놓았다. 그동안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 기술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수출 비중을 차지해왔으나, 중국산 대체 기술의 등장으로 이러한 수익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번진 것이다.

이날 장중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의 주가는 3% 이상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가까이 밀렸다. 특히 마블테크놀로지는 16%나 급락했으며, 램리서치, AMD, TSMC,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내렸다. 이처럼 기술주에서 촉발된 매도세는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으로 확산됐고, 테슬라와 메타 등도 1% 이상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델 테크놀로지가 예상보다 부진한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자 주가가 10% 넘게 급락하면서, IT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업종별로는 이날 기술(+1.52%)을 중심으로 임의소비재, 산업,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등이 모두 내림세였다.

한편 유럽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프랑스, 독일, 유로존 지수는 소폭 하락한 반면, 영국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국제 유가 역시 공급 우려 완화와 수요 둔화 가능성으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4.2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고용지표나 중국 기술 기업의 실제 시장 진입 속도에 따라 증시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기술주 중심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