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發 AI 칩 쇼크…코스피·반도체주 동반 급락

| 연합뉴스

코스피가 9월 1일 장 초반 3,150선으로 하락했다. 이는 중국 기술 기업 알리바바의 움직임이 미국 증시의 기술주 약세를 유발하면서, 국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결과다.

직전 주말 뉴욕증시는 중국 정부가 국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칩의 절반 이상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라는 방침을 내린 사실과,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시험 소식이 전해지며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미국 AI 시장의 핵심 종목인 엔비디아가 3.3% 급락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 넘게 빠졌다. 이 같은 여파는 곧바로 아시아 시장으로 확산됐고, 한국 증시도 반도체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17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74포인트(0.90%) 하락한 3,157.27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669억원, 427억원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웠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이 2,22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 압력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1,088억원 매수세를 보이며 어느 정도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 불안은 연초의 사례와도 연결된다. 지난 1월 말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AI 수준의 저비용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글로벌 기술 패권을 놓고 긴장이 높아지며 엔비디아 및 관련 기업들이 급락한 바 있다. 이번 알리바바의 칩 개발 뉴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장비를 들여올 경우 별도 허가 없이 가능했던 포괄 허가체계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반도체시장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 중이다.

시가총액 주요 종목에서는 SK하이닉스가 26만원선이 무너지며 3.90% 하락했고, 삼성전자도 2.44% 조정받으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중공업, KB금융, 네이버 등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3.85%)와 한화오션(1.61%) 등 일부 방산·중공업주는 상승세를 나타냈고, LG에너지솔루션과 기아차 등도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코스피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791.40으로 0.69% 하락 중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이 301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225억원, 88억원 매수세 중이다.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약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일부 2차전지 관련주 및 엔터테인먼트주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은 미중 간 기술주도권 경쟁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외부 정책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향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구체화될 경우, 글로벌 기술주 전반은 물론, 국내 수출 중심 기업들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실적 외적인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