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9월 10일(현지시간) 혼조세로 출발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오라클의 깜짝 실적 발표와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예상 외 하락이 투자 심리를 끌어올린 한편, 일부 우량주와 경기 민감주는 차익실현 매물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9시 48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14% 하락한 45,646.59를 기록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32% 오른 21,949.7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 상승한 6,544.89에 거래됐다. 전반적으로 기술 섹터 위주의 상승이 지수별 흐름을 갈라놓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기업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었다. 오라클은 2분기 수주 잔고가 4,5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9%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가 예측한 두 배를 넘는 수치로, 인공지능 수요 증가에 따른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서비스의 본격 확대가 실적 전망에 강한 낙관론을 불러왔다. 실제로 오픈AI,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등 주요 대형 기술 업체들이 오라클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 주가는 하루 만에 39% 급등했고, 기업의 시가총액은 9,470억 달러까지 늘어나며 1조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8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한 점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8월 PPI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으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지표도 같은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0.3% 상승을 크게 벗어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도 PPI와 근원 PPI 모두 시장 기대치보다 낮았다. 다만, 이는 전반적인 물가 하락보다는 일부 기업들이 높은 원자재 가격과 관세 부담을 스스로 감내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인플레이션 완화 신호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소폭만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12월까지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은 전날 64.6%에서 65.4%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시장은 아직까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방향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오라클 덕분에 AI 관련 기술주와 반도체 종목은 동반 반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 넘게 상승했고,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각각 3.8%, 7.0%대의 주가 상승을 기록 중이다. TSMC와 AMD, 마이크론, Arm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애플은 새 아이폰17을 공개했지만 AI 기능에 대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가 2.1% 하락했다. 아마존과 메타도 나란히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관련 투자와 기술 인프라 확대가 증시 전반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 시즌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주도주 변화와 기술 섹터 중심의 상승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과열에 따른 조정 우려와 경기 전반의 불확실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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