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가 오랜 기다림 끝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첫 거래일 주가는 공모가보다 약 30% 오른 52달러에 거래를 시작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번 기업공개(IPO)는 핀테크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클라르나는 당초 주당 35~37달러의 공모가를 제시했지만, 수요가 예상을 웃돌면서 이를 4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상장 직후 기업 가치는 약 151억 달러(약 21조 7,400억 원)로 평가됐고, 공모를 통해 약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9,7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IPO는 클라르나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예비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한 지 10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지난 3월에는 공식 등록 서류인 F-1을 공개했으나,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 발표로 상장 시기가 불투명해지는 듯 보였다. 결국 우려를 딛고 성사된 상장은 투자자들의 핀테크 신뢰 회복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클라르나는 ‘선구매 후결제(BNPL)’ 모델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디지털 결제, 쇼핑 앱, 개인 금융관리 서비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 2,100만 달러(약 303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다른 핀테크 기업들과 차별화된 수익성 면모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클라르나는 세쿼이아 캐피털, 제너럴 애틀랜틱, 실버레이크 등으로부터 총 62억 달러(약 8조 9,3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16억 3,000만 달러(약 2조 3,600억 원)는 상장 직전 스페인 은행 산탄데르가 부채 방식으로 투자한 것이다. 과거, 회사의 최고 비상장 가치가 456억 달러(약 65조 6,000억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평가이긴 하나, 수익성과 상장 시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IPO는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상장은 핀테크 분야의 IPO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도 하고 있다. 올 들어 클라르나 외에도 디지털뱅크 차임(Chime), 암호화폐 기업 서클(Circle) 등이 상장하거나 상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서클은 첫 거래일 주가가 168%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증명했고, 차임 역시 나스닥 상장 당일 주가가 37% 상승했다.
아울러 웰스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웰스프론트(Wealthfront), 경비 관리 플랫폼 나반(Navan), 블록체인 대출 업체 피겨(Figure) 등이 잇따라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핀테크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상장 행보는 시장의 리스크 감내 수준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과 결합된 핀테크 솔루션이 각광받는 현 상황에서 클라르나의 상장은 업계 전체의 활로를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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