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중심 기술주가 10월 들어서는 잠시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상승폭이 컸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에 더해, 미국발 무역 정책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지수는 9%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 대장주들이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지수는 같은 기간 26.8% 오르며 코스피 전체 상승률의 세 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각각 24.1%, 35.7% 급등하며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9월 23일 장중 36만1천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에서 불어온 IT 기술주 강세와 맞물리며 더욱 탄력을 받았다. 애플 등 북미 고객사 수요에 힘입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등 주요 IT 부품주는 각각 23.6%, 19.3% 상승하며 훈풍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실적 개선 기대감을 적극 반영해 주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높였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한 달 전보다 9.20% 오른 9조6천33억 원, SK하이닉스는 4.59% 상승한 10조7천311억 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이처럼 빠르게 높아진 주가에 따라 기업들의 목표주가도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iM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여러 기관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최대 11만5천원까지 높였고, SK하이닉스 역시 50만 원까지 제시한 곳도 있었다. 이는 시장 내 긍정적 실적 전망과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전문가들은 10월부터는 반도체 주를 비롯한 테크주의 추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것이지만, 9월에 이미 주가가 선반영됐고 IT기기 신제품 출시도 제한적이라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정책도 부담요소로 작용 중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집적회로 및 반도체 수입품에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하며 불확실성을 더했다. 한국이 현재는 무관세 대상이지만, 사전 가수요가 늘어날 경우 관세 부과 이후 수요 급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인 가격 조정 이후 실적 개선을 중심으로 한 장기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흐름과 미국의 대외무역 정책이 변수로 남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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