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증시 급락…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에 아시아 금융시장 '흔들'

| 연합뉴스

중국과 대만 증시가 10월 13일 일제히 급락하면서 아시아 금융 시장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 하락했고, 기업 중심의 선전종합지수는 2.4% 떨어졌다. 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 역시 2.0% 가까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홍콩 항셍지수는 무려 3.4%나 급락해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주요 기술주가 급락을 주도했다.

같은 시간 대만의 자취안지수도 1.7% 하락했고, 한국의 코스피도 1.4% 내림세를 보였다. 일본은 국가 공휴일인 ‘체육의 날’을 맞아 이날 휴장해 영향을 피했지만, 전반적인 아시아 주식시장은 미중 간 갈등 심화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지난 10일 미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 주식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가 하루 만에 6.1% 하락한 데 이어 나타난 결과다.

문제의 발단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 있다. 이에 대응하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고, 시장은 이를 두고 무역 전면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인 만큼, 공급 제한은 곧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현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4천60달러에 도달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갱신했다. 은 가격도 온스당 51달러를 넘어서며 최근 기록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아시아 통화들도 영향을 받아 원화와 대만달러가 모두 하락했고, 블룸버그 기준 아시아 달러 현물지수는 0.2% 떨어져 지난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다만 미국 측에서는 갈등 격화를 피하려는 시도도 엿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 플랫폼을 통해 “중국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언급하며 갈등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발언 이후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 선물이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에게 다소 안도감을 주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미중 양국의 추가 조치에 따라 변동성이 더욱 커질 여지가 있다. 특히 무역 갈등이 구조적인 패권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 불안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장기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