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 경신 하루 만에 급락…미중 갈등에 '삼중 악재'

| 김민준 기자

하루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가 미중 무역갈등의 재점화라는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다. 시장의 열기가 고조된 장 초반에는 11년 만의 고점을 돌파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으나, 지정학적 불안과 글로벌 긴장의 여파로 상승세가 꺾였다. 변동성이 극심했던 이날 장은 투자자 심리에 큰 충격을 남겼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74포인트(0.63%) 하락한 3,561.81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3,604.12로 출발하며 지난주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수는, 장중 한때 3,646.77까지 오르며 강한 매수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정오를 지나면서 이른바 '리스크오프' 심리에 무게가 실리며 급락세로 전환됐다. 오후 한때 3,535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저점에서 일부 낙폭을 회복했으나 상승세를 유지하진 못했다.

시장의 급변동에는 다시 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예고하고, 중국도 보복 관세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화됐다. 양국 간 경제 마찰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수요 둔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 전반에 번졌다.

코스닥 지수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53포인트(1.46%) 내린 847.96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에는 865선으로 상승 출발했지만, 기관 매도와 외국인 이탈이 확대되자 오후 들어 낙폭이 심화됐다. 중소형 기술주의 상대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장기 흐름보다 단기 변수에 따라 지수가 크게 출렁이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의 한 연구원은 "미중 갈등이라는 구조적인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외국인의 이탈이 단기적 조정 압박을 키웠다"며 "기술적 지지선인 3,540선을 단기 저점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장세는 기술적 과열과 지정학적 변수, 외국인 매도라는 삼중 악재가 맞물리며 시장에 복합 충격을 준 셈이다.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기조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