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정세에 따른 불안감이 증시에 상흔을 남겼다. 14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82% 하락한 9만1천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9만6천원까지 솟구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차익 실현 매물과 중국발 대외 악재가 맞물리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3분기 영업이익은 12조1천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81% 증가한 수치다. 시장 컨센서스를 17.4% 웃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긴 것은 다섯 분기 만이다. 호실적의 주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반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증가로 분석된다.
그러나 장중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미중 무역 갈등 리스크가 재부상했다. 이에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고,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3분기 실적 발표 직전까지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황이었던 만큼, 이벤트 종료에 따른 차익 시현 욕구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구조적 하락세의 시작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전후로 미중 간 갈등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여지는 있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반복적인 노이즈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펀더멘털 개선과 업황 회복세가 강력한 지지 요인이란 설명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 또한 "9월 들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다 범용 D램 가격의 상승 전환까지 겹치며 이익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제한적인 공급 구조와 견조한 수요층이 맞물려 삼성전자의 생산 확대는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역시 고대역폭메모리 HBM3E의 12단 공급이 시작되며 이 수요가 6세대 신제품 HBM4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여기에 차세대 갤럭시에 삼성 자체 AP인 엑시노스 2600이 탑재될 가능성과 대형 고객사의 신규 수주까지 더해지면 파운드리 부문도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는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상상인증권, 흥국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 원 이상으로 재조정했다. 삼성증권은 목표가를 9만3천 원에서 11만 원으로, NH투자증권은 9만4천 원에서 11만5천 원으로 상향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날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주식 매수에 나서며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날 외국인은 총 2,520억 원 규모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투자자는 47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를 신뢰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 불확실성을 자극할 수 있지만, 실적 회복세와 공급 제약 요인이 맞물린 삼성전자의 구조적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만전자'를 향한 기대는 일시적 조정을 넘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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