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가가 2025년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10만 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과 함께 인공지능 시장 확장에 따른 수요 증가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오랜 기간 정체되어 있던 주가 흐름에 전환점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24% 오른 10만 2천 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 역시 603조 8천억 원으로 확대되며 600조 원 선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10만 1천 300원으로 출발해 줄곧 10만 원을 넘는 가격을 유지했다. 이른바 '10만 전자'에 처음으로 진입한 셈이다. 프리마켓 단계에서 이미 10만 원을 넘어선 흐름이 나타나면서, 시장은 이번 주가 상승을 어느 정도 예상한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주가 회복을 이끈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반도체 시장에서 일반 D램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동시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삼성의 경쟁력 강화가 눈에 띄고 있다. HBM 메모리는 인공지능 서버에 주로 탑재되는 고성능 반도체로,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새로운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테슬라가 첨단 반도체 설계인 AI5와 AI6 칩 생산을 삼성에 맡기기로 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확보했다. 여기에 삼성의 자체 모바일 칩인 엑시노스 2600이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에 탑재될 예정이라는 점도 주가 전망을 밝게 했다. 최근 몇 년간 파운드리와 모바일 칩 부문에서 큰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삼성으로서는 오랜만에 기대감을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경제 여건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특히 미국 재무장관이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와 대중국 관세 보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 여기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매수세가 주식시장 전반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난 것은 2022년 이후 반도체 사업이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위축된 데서 비롯된 구조적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났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한때 주가가 4만 9천 원대까지 하락했던 삼성전자는 2년 넘게 5만∼7만 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금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서버용 D램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2026년에는 D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으로 최대 64조 원 규모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2018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및 고성능 연산 시장의 확산 추세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향후 글로벌 정치·경제적 변수에 따라 수요 가변성이 존재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관리가 주가 향방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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