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국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의 가파른 상승세가 눈에 띄면서 국내 증시의 회복 흐름에도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기업 데이터 분석기관 CEO스코어가 2025년 10월 말 기준으로 한국·미국·일본·대만 등 4개국의 상위 10대 기업 시가총액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지난 연말 대비 103.8% 증가하면서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작년 말 761조9천억원 수준이었던 상위 10개 기업들의 시총은 약 1천552조5천억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은 20.9%, 일본 31.1%, 대만 39.4%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시가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였다. 작년 말 11조2천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56조8천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원전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 외에도 방산호재를 등에 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9.2%), 반도체 호황을 타고 반등한 SK하이닉스(221.4%), 그리고 HD현대중공업(108.7%)과 삼성전자(100.4%) 등이 눈에 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시총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미국 시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총 상위 10개 기업 모두가 1천조원을 훌쩍 넘겼고, 특히 AI 반도체 붐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시총은 7천13조9천억원으로 국내 1위 삼성전자의 약 11배에 달한다. 미국의 상위 10대 기업 시총 합계는 3경6천149조2천억원으로, 전 세계 자금이 집중되는 글로벌 기술주의 힘을 보여준다.
대만은 TSMC가 전체 시총을 견인했다. 고객사로 엔비디아, AMD 등 첨단 AI 칩 기업들을 둔 TSMC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며 시총이 1천800조6천억원까지 늘었다. 이는 한국 상위 10대 기업 시총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산업구조 변화, 정부 정책 방향, 글로벌 경기 회복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방산·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인 시총 확대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외부 변수에 민감한 반도체·주력 제조업 중심의 구조인 만큼, 향후 시장 변동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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