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주 ‘거품 경고’ 여파…코스피 3,900선 무너졌다

| 연합뉴스

코스피가 11월 7일 오후 한때 3,900선이 무너질 정도로 급락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과도한 거품 논란이 재점화되고, 미국 정부가 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한 것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3.79포인트(3.32%) 내린 3,892.66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3,887.32까지 떨어지며, 지난 수개월 간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3,900선을 결국 내줬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 물량이었다. 이들은 각각 약 2,700억 원, 2,4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 투자자는 5,000억 원 넘게 순매수에 나섰지만 하락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낙폭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증시에서 촉발된 AI 기술주의 급락이다. 지난밤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AI 관련주인 엔비디아, AMD, 팰런티어 등이 각각 3~7%대 하락하며 시장 전체의 하락세를 이끌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AI 관련 기업들이 단기간에 과도한 주가 상승을 보인 데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자체 AI 반도체를 곧 공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도 국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줬다. 특히 이번 조치는 기존에 수출이 가능하던 저사양 AI 반도체까지 포함하면서, 미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수출길이 사실상 모두 차단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조치를 미·중 간 기술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조치가 엔비디아의 모든 AI 칩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외교·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동시에 원화 약세가 강화된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과 투자 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원달러 환율은 1,456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며, 외환시장에서의 변동성이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전반적인 글로벌 긴축 기조가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중국의 수출 지표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 10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시장 예상치와 9월의 증가율 모두를 하회했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약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증권은 이로 인해 향후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돼, 코스피 하락세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코스피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중 갈등이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미국 기술주 전반에 대한 차익 실현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주요 기술주의 변동성도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다만 기업 실적이나 정책 대응에 따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어, 시장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