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빚투' 신기록…반도체 쏠림에 신용잔고 43% 급증

|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가 최근 일부 조정을 겪고 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오히려 더 뜨거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빚을 내서라도 투자한다'는 이른바 ‘빚투’ 움직임이 거세지며, 신용거래 잔고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11월 들어 18일까지 SK하이닉스 주식을 4조6천3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개인 투자자가 특정 종목에 이 정도 금액을 몰아넣은 사례로는 이례적으로, 월 기준 사상 최대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역시 2조350억원어치가 순매수됐으며,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약 1년 만의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쇼핑’ 열풍은 신용거래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11월 18일 기준 1조1천448억원을 기록해, 한 달 전인 10월 말 8천10억원보다 43%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도 같은 기간 41% 늘어난 1조4천383억원에 달했다. 신용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이 수치가 늘어났다는 것은 차입 투자(레버리지)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꼽는다. 특히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수요의 확산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 달간 SK하이닉스 주가는 무려 61% 가까이 상승했고, 삼성전자도 28% 올랐다. 다만 11월 들어서는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SK하이닉스는 1.97% 상승에 그쳤고, 삼성전자는 9.02%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기술적 조정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가 여전히 시장을 이끄는 주도 업종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 들어서만 국내 상장사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원이 상향 조정됐고, 그 중 5조원을 반도체 업종이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신증권은 고객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전략과 장기계약 체결 등을 근거로 반도체 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반도체주 주가의 흐름은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11월 20일 새벽 발표할 실적 결과에 따라 중요한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이 나오면 국내 관련 종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총마진(GPM), 신제품 판매 전망, 중국 수출 규제 대응 능력 등 세부 지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