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약물 허용한 'Enhanced', 1조7천억 원 평가 받고 나스닥 간다

| 김민준 기자

향정신성 강화물질 사용을 허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대회로 주목받아온 스타트업 'Enhanced'가 기업공개 절차에 돌입한다. 회사는 2023년 설립 이후 논란 속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왔으며, 이번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 입성을 꾀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Enhanced는 SPAC인 ‘A 파라다이스 애퀴지션(A Paradise Acquisition)’과 합병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 완료 후에는 ‘EHNA’라는 이름으로 나스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이번 합병으로 Enhanced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 7,300억 원)로 평가됐으며, 최대 2억 달러(약 2,880억 원)의 유입 자금이 기대된다. 회사는 이번 합병 전 이미 4,000만 달러(약 576억 원) 규모의 지분 사모 투자를 마친 상태다.

논쟁의 중심에 있는 대회, ‘Enhanced Games’는 기존 도핑 금지 규정을 뒤엎고, 의학적 감독 하에 강화약물 사용을 허용하는 경기 방식을 앞세웠다. 첫 대회는 2026년 5월 2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월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주최 측은 프레드 컬리(Fred Kerley), 벤 프라우드(Ben Proud)와 같은 유명 금메달리스트와 기록 보유자들이 참가를 확정했다고 전했다.

Enhanced의 수익 모델은 방송과 미디어 판권 판매를 비롯해 성능개선 의료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격진료 서비스 역시 주요 사업 영역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시리즈 B 투자 라운드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투자에는 1789 캐피털이 공동 참여했으며, 해당 벤처캐피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가 파트너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피터 틸(Peter Thiel)도 참여한 바 있어 실리콘밸리와 정치권, 양측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 스포츠계의 기준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 스타트업의 행보가 향후 더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nhanced는 기존 규칙에 도전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으며, 상장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한 만큼 대규모 확장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