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 경고?…한국거래소, '투자경고 종목' 제도 손본다

| 연합뉴스

코스피가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형 우량주들까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일이 속출하자,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갑작스런 규제에 따른 매매제한과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11일 한국거래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 투자경고 종목 지정 기준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일정 기간 주가의 단순 상승률에 따라 지정 여부가 결정되지만, 앞으로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해서는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안도 함께 논의된다.

이번 조치는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데 따른 대응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간 종가 기준 주가가 200% 넘게 상승했고, 15일 중 최고가를 기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날 거래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로 인해 해당 종목은 위탁증거금 100% 납부 의무, 신용융자 거래 불가, 대용증권 제외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거래소 측은 이 같은 조치가 과거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된 시세조종 사건 이후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기준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4월 발생한 이 사태는 일부 종목에서 비정상적인 매매 패턴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투자자 피해가 확산됐던 사건이다. 이후 거래소는 일정 요건 이상 주가가 급등하거나 특정 계좌의 매수가 과도하게 집중된 종목에 대해 사전 경고 목적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특히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 우량주가 갑작스럽게 매매 제한을 받으면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제도 운영의 형평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회원 중 일부가 기존처럼 해당 주식을 거래하려다 제약에 직면해 혼란을 겪었다는 사례를 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71%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과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온 대형주들조차 투기성 자금 유입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사례는 이달 10일까지 72건으로 지난해 연간 수치를 이미 초과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코스피 대형주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고 종목 지정이 잦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의 제도 보완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 신뢰 저하와 함께 시장 기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