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심 흔든 오라클 쇼크…뉴욕증시 '기술주 조정' 신호탄?

| 연합뉴스

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기술주의 불안과 연준의 통화정책 신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조세로 출발했다. 대표적인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으로 꼽히는 오라클이 실적 부진과 투자 확대 우려로 12% 넘게 급락하면서 AI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160억6천만 달러에 그쳐 시장 예상치(162억1천만 달러)를 밑돌았다. 여기에 자본지출 전망까지 기존보다 150억 달러 많은 500억 달러로 상향 발표되자, 막대한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시장에 퍼졌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다른 AI 관련 기업의 주가도 각각 3% 이상 끌어내렸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 중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30포인트 넘게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약 0.28%, 0.75% 하락했다. 이 같은 지수 혼조는 AI 관련 기술주의 약세와 다른 업종의 강세가 동시에 엇갈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실제로 기술주와 통신, 에너지 업종이 약세를 보인 반면, 제약과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나머지 대부분 업종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금리정책과 관련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분위기를 보임에 따라 증시 전반의 하방 위험은 일정 부분 제한됐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며, 제롬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밝히면서 완화적 기조의 지속을 시사했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주요 경제 지표도 이날 발표됐다. 미국의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23만6천 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22만 건을 웃돌았다. 이는 노동시장의 일시적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지나치게 비관적인 해석은 자제되고 있는 분위기다. 9월 무역수지 또한 적자가 전월 대비 10.9% 가량 줄어든 528억 달러를 기록해, 대외 수지 측면에서는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 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유럽증시는 전반적으로 강세 흐름을 탔다. 유로스톡스50, 프랑스 CAC40, 독일 DAX 및 영국 FTSE100 지수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심리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약 1.85% 하락한 57.38달러에 거래돼 원자재 시장은 다소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 시장 반응은 AI 기술의 성장성에 대한 회의와 동시에 금리 인하 기대가 어떻게 충돌하느냐에 따라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발표될 다른 IT 기업들의 실적이나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기술주 중심으로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