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형주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틈을 타, 그동안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중소형주들이 증시에서 힘을 얻고 있다. 대형주의 고점 부담과 인공지능 관련 주가 거품 우려가 확산되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보다 저평가된 종목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3일부터 12월 16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약 6.45%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중형주는 1.14%, 소형주는 4.13% 올랐다. 연초부터 10월 말까지는 대형주 지수가 78.38% 급등하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 기간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41.2%, 16.45% 상승에 그쳐 뚜렷한 ‘대형주 쏠림 현상’을 보였다.
최근 들어 균형 이동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소형주 가운데 천일고속과 동양고속처럼 부동산 개발 수혜 기대감이 있는 종목들이 잇따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터미널 복합개발 소식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양고속은 무려 8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천일고속도 지난달 19일부터 9차례 상한가에 진입했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역시 온라인 쇼핑 대목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기간 동안 아마존과 틱톡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이틀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탔다. 이처럼 특정 종목의 개별 호재가 시장 전체의 흐름으로 확장되며 중소형주 전반의 강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주가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 및 매물 출회 부담을 반영한 단기 순환매로 해석하면서도, 단기간 동안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신한투자증권은 초대형주 주도의 장세가 일시적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선 틈을 타 중소형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내년 1월 이후에는 대형주 중심의 흐름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KB증권은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현재의 흐름이 단기 순환매가 아닌 평균 회귀(과도하게 올랐던 종목은 제자리를 찾고, 저평가된 종목은 반등하는 현상)의 신호일 수 있다며, 중소형주의 소외 현상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형주 위주의 승자 독식 장세가 장기적으로는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적과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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