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주 약세 흐름을 보이며 4,000선 근처에서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거품 논란과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대한 경계심이 시장을 억눌렀고,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투자 심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주 초반, 미국 브로드컴과 오라클 관련 악재가 AI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자극했다. 특히 브로드컴은 AI 관련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오라클이 추진하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AI 중심 기술주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이에 따라 코스피도 시작부터 2% 가까이 밀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 중반 이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AI 거품 논란이 다소 완화됐다. 이에 뉴욕증시의 기술주 중심 나스닥을 비롯해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75%까지 인상하면서 3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금리가 올라갔고, 이로 인해 저금리 엔화를 차입(빌려서 투자)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왔던 글로벌 자금(소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역류 가능성이 우려됐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에 국내 증시는 반등에 제동이 걸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이탈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1조6천억 원 이상을 순매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주들의 약세를 부추겼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며 2조 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일부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외국인 매물 부담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활성화 대책 발표에 구체적인 투자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상승폭이 제한됐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연말 랠리 가능성과 외국인의 투자 방향이다. 증권가는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만 완화된다면 반등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환율 안정이 동반된다면 '산타랠리'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주에는 국내 수출 실적을 비롯해 미국의 GDP·소비자 기대지수 등 굵직한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어 이들 지표가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외국인 수급이 돌아서고, 기술주 중심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지 여부에 따라 연말 증시의 변동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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