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웃었지만 주가는 급락… 시스코, AI 수주에도 ‘보수적 전망’에 흔들

| 김민준 기자

시스코(CSCO)의 최근 실적 발표가 시장 기대를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으로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 이상 급락했다. 이번 실적 발표를 두고 월가는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매출 성장과 AI 인프라 확대에 주목했지만, 또 다른 일부 투자자들은 상승 모멘텀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회계 2분기 시스코는 주당순이익이 1.04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02달러를 웃돌았고, 매출은 153억 5,000만 달러(약 22조 1,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가량 증가하며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순이익 역시 31억 8,000만 달러(약 4조 5,800억 원)로 전년 동기의 24억 3,0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전반적인 실적이 개선됐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 반응은 냉담했다. 시스코는 향후 분기 주당순이익 가이던스를 1.02~1.04달러로 제시했으며, 이는 시장 전망치인 1.03달러와 대략 일치하지만, 투자자들은 더 강한 신호를 기대했던 분위기다. 매출 가이던스 역시 154억~156억 달러 범위로 제시됐으나,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은 아니었다.

AI 수요 확대는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로부터 21억 달러(약 3조 원) 상당의 AI 인프라 수주를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핵심 네트워킹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1% 성장한 83억 달러(약 12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79억 달러였던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수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스코가 AI 중심의 네트워킹 시장에서 기존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좁히는 데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 엔비디아(NVDA)는 자체 AI 칩뿐 아니라 고성능 네트워크 기술 인피니밴드와 Spectrum-X까지 보유하고 있어 비교 우위를 갖추고 있고, 아리스타 네트웍스(ANET)는 소프트웨어 중심 고속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하이퍼스케일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시스코는 이 같은 경쟁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제휴를 이어가며 반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AMD 및 휴메인과 손잡고 사우디아라비아에 AI 중심 대규모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신형 스위치도 선보였다. 이런 행보는 기업이 AI 인프라 시장 주도권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회장 척 로빈스(Chuck Robbins)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는 ‘네오클라우드’라 불리는 신생 AI 중심 클라우드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 네비우스(Nebius) 등의 매출 기여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들 신흥 기업은 현재 급성장 중인 AI 워크로드를 위한 전용 인프라를 내세우며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한편 AI 붐과 더불어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관련 리스크에 대해 그는 "가격 인상과 파트너 계약 재조정을 통해 대응 중"이라면서, 전반적인 네트워킹 수요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실망스러운 단기 가이던스에도 불구하고, 시스코는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2026 회계연도 전체에 대해 주당순이익을 기존 4.08~4.14달러에서 4.13~4.17달러로 상향했으며, 연매출도 기존 602억~610억 달러에서 612억~617억 달러로 재조정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607억 4,000만 달러와 대체로 일치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시스코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1% 이상 주가가 상승하며 S&P500 평균 상승률인 1%를 훨씬 웃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수요 확대를 장기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가 향후 시스코의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