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일 장중 6,800선을 처음 넘어서는 등 4% 넘게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가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주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3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2% 오른 6,877.16을 기록했다. 지수는 2.79% 오른 6,782.93으로 출발한 뒤 개장 초 잠시 등락을 거쳤지만 이후 상승 폭을 꾸준히 키웠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시각 1.72% 오른 1,212.88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단숨에 7,000선에 다가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증시를 끌어올린 힘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7,413억원, 기관은 1조5,399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4조1,818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특히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2조6,701억원을 순매수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4.08% 오른 22만9,500원,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0.81% 급등한 142만5,0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는 장중 23만원까지 올라 지난 4월 30일 기록한 올해 장중 최고가를 다시 찍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종전 최고가를 넘기며 140만원대를 돌파했다. 장중 시가총액도 1,000조원을 웃돌았다.
배경에는 연휴 사이 미국 증시의 강세가 있다. 한국 증시가 노동절인 5월 1일 휴장한 동안 뉴욕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달 30일 1.62% 올랐고 이달 1일에는 0.31% 내렸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최근 2거래일 동안 각각 2.26%, 0.87% 올랐다. 여기에 알파벳,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이 잇따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반도체와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한층 강해졌다. 해외에서 먼저 형성된 낙관론이 국내 시장에 한꺼번에 반영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승을 단순한 단기 반등보다 인공지능 투자 확산에 따른 구조적 기대가 반영된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800선을 넘어섰고, 반도체 등 인공지능 가치사슬 전반에서 멜트업(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가격 급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 초 순매수, 4월 말 순매도로 방향을 바꿨던 외국인이 5월 첫 거래일에는 현물과 선물을 함께 사들이고 있고, 코스닥도 4월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2차전지와 바이오 등 전 업종이 반등하며 지수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정세도 증시에 일부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지난주 후반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와 관련한 외교·정책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동 지역 긴장 재확산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다.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을 빼내는 이른바 해방 프로젝트 개시를 선언했지만, 미군이 직접 선박을 호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뒤따르면서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98% 급락했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2.01달러로 전장보다 0.07%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 기술주 실적, 외국인 매수 지속 여부, 중동 정세 안정 정도에 따라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속도와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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