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2026년 들어 한국 증시에서 100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는데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이른바 ‘셀 코리아’가 이어지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증시를 통째로 떠난 것이 아니라 일부 종목을 정리하는 대신 상승 탄력이 강한 핵심 대형주에 자금을 집중한 결과로 해석된다.
20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4조7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코스피가 ‘7천피’를 달성한 직후인 5월 7일 이후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으로 44조4천257억원을 순매도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그런데도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36.28%에서 이날 장 마감 기준 39.48%로 3.20%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초 38.17%와 비교해도 1.31%포인트 높다. 주식은 대거 팔았는데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몫은 더 커진 셈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이 보유 종목 수를 줄이면서도 주가 상승률이 높은 대표 주도주는 계속 들고 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가 80% 넘게 오르는 동안 외국인이 현물과 비차익 프로그램을 통해 약 120조원을 순매도했지만, 시총 대비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상장사 주식 수는 지난해 말 121억4천만주에서 현재 117억6천만주로 3.13% 줄었다. 반면 인공지능과 메모리 반도체 같은 핵심 주도주의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인 71.06%를 크게 웃돌면서, 남겨둔 주식의 가치가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의 움직임이 무차별적인 이탈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에 가깝다고 봤고,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증가 상위 30개 기업 가운데 19개에서는 연초보다 보유 주식 수가 되레 늘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당분간 개인투자자의 매수로 버텨온 강세장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국내 개인이 현물과 상장지수펀드, 즉 이티에프를 통해 대부분 받아내면서 증시 상승을 떠받쳤고, 코스피는 지난 15일 장중 처음으로 8,000선을 넘었다. 다만 개인 자금은 신용융자 같은 차입 투자 비중이 높아 지수가 흔들릴 경우 반대매매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와 개인 매수가 맞서는 지금의 극단적인 수급 구조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외국인과 기관의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 반도체 밖 업종으로의 실적 개선 확산, 변동성지수인 브이코스피의 하향 안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수급이 언제 방향을 바꿀지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올해 90조원가량 순매도하고도 지분율을 계속 높여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연초 수준인 36% 지분율을 유지하려 했다면 230조원 정도를 순매도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이 오히려 한국 주식 비중 확대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5월 말에서 6월 중 외국인 수급의 변곡점이 나타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5월 리뷰에서 신흥시장 지수 내 한국 비중이 15.4%에서 21.7%로 높아진 점, 또 6월 중순 예정된 선진지수 편입 결과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중심의 핵심 종목에서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개인 중심 상승장이 기관과 해외 자금이 함께 받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는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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